(블룸버그) — 미국 대선 결전의 날을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막판 뒷심을 발휘하면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후퇴하는 양상이다. 주말 발표된 뉴욕타임스/시에나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7개 경합주 중 4곳에서 박빙이긴 하지만 우위를 점하고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은 트럼프와 동률을 기록한데다, Des Moines Register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텃밭인 아이오와마저 해리스가 47%-44%로 앞섰다. 에머슨대 전국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49% 동률로 나타났고, HarrisX/Forbes 설문에서는 49%-48%로 해리스가 오차범위 우위를 기록했다. 모닝컨설트 설문에선 49%-47%로 해리스가 리드했다. 베팅사이트인 폴리마켓의 경우 지난 주만해도 67%에 육박했던 트럼프 승리 확률이 58%로 내려갔고, 프레딕트잇의 경우 심지어 해리스가 앞질렀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동전던지기’식 선거가 예상됨에 따라 현지시간 투표일인 화요일 밤 늦게까지 투표 결과나 명확한 방향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발표가 지연될 경우 트럼프가 성급하게 승리를 선언해 혼란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트레이더들이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평가에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4.26%으로 12bp 넘게 내렸다. 블룸버그 달러 지수(BBDXY)는 한때 0.7% 밀려 2주래 저점으로 후퇴했고, 트럼프 관세 공약에 민감한 미국의 최대 교역국 멕시코의 통화는 1.6%까지 절상되기도 했다. 달러-원(REGN) 환율은 한때 0.7% 빠졌다. 뉴욕증시는 투자자들이 리스크 회피에 나서면서 약세로 돌아섰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은 트럼프 당선시 무역 압박을 받을 경우 미국으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음은 시장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대선 D-1 트럼프 트레이드 의구심에 美금리·달러 급락
월요일 중장기물 중심의 금리 하락은 커브 플래트닝으로 이어졌다. BMO 캐피탈 마케츠의 미 금리 전략 헤드 Ian Lyngen은 이러한 가격 움직임이 “선거 결과에 대한 인지된 반응 함수를 강화한다”며, “트럼프 트레이드는 미국채 커브 베어 스티프너를, 해리스 승리는 불 플래트닝을 촉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주 트레이더들이 마주한 리스크는 대선뿐만이 아니다. 불과 몇주 전만 해도 11월 또는 12월 FOMC에서 50bp 인하에 대한 논쟁을 벌였던 채권시장은 이제 목요일 회의에서 동결 가능성도 일부 반영하고 있다. 뉴버거 베르만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Fredrik Repton은 월요일 움직임의 일부는 “단지 금요일 가격의 반전일 뿐”이라며 이번주 많은 일들이 예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MUFG의 선임 FX 애널리스트 Lee Hardman은 “대선이 다가오면서 트럼프 승리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고 있다”며 “트럼프가 승리하고 레드 스윕(공화당 압승)이 일어나면 미 달러가 가장 강세를 보이겠지만, 해리스가 승리하고 의회가 분열되면 달러는 지난달의 강한 상승세를 빠르게 반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호주 커먼웰스 은행의 스트래티지스트 Carol Kong은 “시장은 현재 해리스 승리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승리 시 달러 강세 여지가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모넥스의 FX 트레이더인 Helen Given은 “아이오와 여론조사 결과에 사람들이 트럼프 거래를 철회하고 있다”며, 실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달러가 더 크게 약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운 고관세와 정부지출 확대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그동안 시장은 강달러와 높은 미국채 금리에 베팅해왔다.
美대선 혼란 우려…트럼프, 개표 지연에 섣부른 승리 선언할수도
최종 집계까지 며칠이 소요될 경우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대통령 당선을 선언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는 분위기다. 가장 큰 두려움은 2020년처럼 자신이 선거에서 이겼다고 거짓 주장하고 개표가 진행 중인 주에 대해 부정 혐의를 제기할 경우다. 당시 트럼프 지지자들은 결국 조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 인준을 막기 위해 미 의회의사당을 무력으로 점거했었다. 화요일 투표가 마감되고 일부 주에서는 그날 밤 대부분의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지만, 사전 투표가 몰린 곳은 며칠 더 걸릴 수 있다. 주요 격전지인 미시간 주를 포함해 여러 곳에서 개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일부 결과는 2020년보다 더 빨리 나올 수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토요일이 되어서야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바이든의 당선이 선언됐다.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일까지 우편 투표의 처리와 개표를 허용하지 않는 6개 주 중 하나로, 이는 박빙일 경우 신속하게 승부를 가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일요일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당일 밤에 승자가 분명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지만,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는 선거 결과가 “몇 주나 걸릴 수 있다”며, 증거도 없이 민주당이 선거를 훔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민주당)은 투표 기계에 이 모든 돈을 쓰고 ‘당락을 결정하는 데 12일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 12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가?”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해리스 측은 트럼프가 초기 집계와 개표 지연을 이용해 자신을 승자로 선언하고 부정선거로 몰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셀프 선언은 방송사와 AP 통신의 공식 경선 예측보다 앞서 나올 수도 있고, 또한 소셜 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민주당의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자정이 조금 지나면 도널드 트럼프가 ‘이봐, 내가 이겼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는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두 후보 모두 선거 마지막날 펜실베이니아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JP모간, 美선거 교착 상태시 주식 상승 전망…변동성 베팅 인기
미국 선거 결과가 정치적 교착상태로 나올 경우 미국 증시가 연말까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JP모간 스트래티지스트 Dubravko Lakos-Bujas가 현지시간 월요일 투자자노트에서 진단했다. 그는 교착상태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시장이 불확실성을 덜어내고 변동성이 후퇴하고 헤지가 되감기면서 주가가 더 높게 리프라이싱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미국 경제와 기업 실적이 여전히 회복탄력적이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하가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압승은 성장 위주 정책과 규제 완화 기대로 연말까지 위험자산에 가장 긍정적인 결과일 수 있지만, 정책 집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내년엔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능성이 낮은 민주당 압승은 시장에 부정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초방빅 대선 레이스에 신규 포지션을 꺼리면서도, 선거 불복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이번주 이후까지 변동성 확대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헤지펀드들은 2019년 1월래 처음으로 월가 공포지수인 VIX 선물에 대해 순매수로 돌아섰다.
모간스탠리 ‘S&P 500 지수, 美선거 후 연말 6100 전망’
미국 대선이 끝나고 연말 FOMO(상승장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가 불붙으면서 S&P 500 지수가 최고 61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모간스탠리 스트래티지스트 마이크 윌슨이 전망했다. 다만 주식 밸류에이션이 높고 성장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등 뚜렷한 호재가 없는 상태에서 그 이상을 넘기긴 어려워 보인다며, 내년이 되면 투자 열기가 식을 수 있다고 현지시간 월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경고했다. 4월 이후 첫 월간 하락을 기록한 S&P 500 지수는 미국 선거를 하루 앞두고 5700선 하회를 시도 중이다.
윌슨은 “선거가 끝나면 어떤 식으로든 폭발적인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며, “그리고 난 뒤 현실이 닥치면 누가 이기든 재정 건전성 강화가 필요한데, 이는 다시 불확실성을 야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공화당 압승이 주식시장에 가장 좋은 결과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고 의회가 분열되는 그림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친(親)성장’ 기조는 금융주 등 경기순환주에 도움이 되고, 반대로 해리스 승리시 채권이 유리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씨티그룹은 미국 증시가 선거 관련 불안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는 이유는 경제에 대한 낙관론과 연준 금리 인하 기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헤지펀드의 베이시스 트레이드, 美금융당국 조사 직면: 소식통
미국채 시장에서 헤지펀드들의 기록적 베팅에 대해 미국 금융당국이 심층 조사를 검토 중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소위 베이시스 트레이드를 포함해 몇몇 우선순위에 집중하는 방안을 논의 중으로, 일부 FSB 위원들은 이같은 선별적 접근방식이 작년 개시했던 대대적 정보 수집 프로젝트보다 더 효과적일 것으로 믿고 있다. 베이시스 트레이드란 미국채 현물과 선물 간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투자하는 전략으로, 그 규모가 최근 1.15조 달러에 이르렀다. 사모자산 역시 규제당국의 주요 관심사로, 부풀려진 밸류에이션과 높은 레버리지, 엉성한 거버넌스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의 글로벌 증권 부문 사무총장 대행인 Tajinder Singh은 “바다를 끓일 수는 없는 일이다. 정말 들여다봐야 할 분야가 필요한데, 그 중 하나가 민간 금융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관은 작년 사모 시장이 고조되고 있는 리스크에 대해 너무 안일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FSB는 현재 금융 자산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비은행권 금융회사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려 애쓰고 있다. 해당 분야는 기존 대출 기관보다 규제가 느슨한데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규제당국들이 해당 산업의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한 조치들을 마련 중에 있다.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