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거 통화 변동성 주의보…원화·멕시코 페소, 타격 우려
미국 대선 일정이 다가오면서 통화시장에 변동성 주의보가 내려졌다. 원화는 주요 통화 중 가장 취약한 통화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탠다드차타드의 Steve Englander G10 FX 리서치 헤드는 30일자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미 대선에서 어떤 통화를 가장 위험하다고 보는지 파악하기 위해 옵션 가격의 변동폭을 살폈다고 밝혔다. 변동성 2주일물이 대선 날짜를 포함하기 이전부터 해당 구간에 들어온 이후인 21~29일 사이의 변화 정도를 살핀 결과, 원화와 멕시코 페소를 비롯해 남아프리카 랜드, 위안화, 엔화, 호주 달러, 유로, 뉴질랜드 달러가 큰 움직임을 보였다고 Englander는 진단했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절상과 절하 리스크가 모두 존재할 수 있지만, 베팅 시장에서의 트럼프 당선 확률 변화를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통화 절하 위험에 훨씬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 여파까지 반영한 수요일 통화시장의 1주일물 변동성은 점프했다.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 1주일물 내재변동성은 13%를 넘어 2022년 12월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로-달러의 경우 11.73%로 작년 3월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요일에도 1390원선을 넘어 당국의 경계감을 높였던 달러-원 환율은 간밤 1380원 아래로 내려온 반면, 달러-원 2주일물 내재변동성은 장중 한때 16%를 상향 돌파해 2020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美3분기 연율 2.8% 성장…10월 ADP 민간고용 급증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 3분기에 연율 2.8% 증가했다고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이 속보치를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 2.9%엔 못미쳤지만 2분기 3.0%에 이어 견조한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경기 연착륙이 보다 확실해지는 모습이다. 경제 활동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 지출이 3.7% 늘어 2023년 초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을 기록한데다 정부 지출이 연율 5% 증가한 영향이다. 특히 국방 지출은 2003년래 최대폭인 14.9% 급증했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준 전망치 2%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저 인플레이션 추이를 보여주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경우 3분기 상승률이 2.2%로 연준의 물가안정 목표 부근으로 둔화됐다.
한편 미국 민간 노동시장 조사업체 ADP에 따르면 10월 ADP 민간 고용은 시장 예상치 11만1000명을 두배 이상 넘어선 23만3000명 증가를 기록했다. 작년 7월래 최대치로, 보잉사 파업과 2개의 초대형 허리케인 여파에도 제조업만 일자리가 줄었을 뿐, 교육과 보건 서비스, 무역, 운송 분야를 위주로 노동 수요가 강하게 나타났다. High Frequency Economics 이코노미스트들은 “거의 잘못된 게 없다”며, “적당한 속도로 금리를 꾸준히 정상화만 하면 될 뿐 미국 경제는 더 필요한 게 없다”고 진단했다. 전년 동기비 경제성장률은 3분기 2.7%로, 여섯 분기 연속 2.5%를 상회했다. 이는 “2006년 이후 최장기에 걸친 견고한 성장세”라고 Comerica Bank의 Bill Adams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다.
영국 수십년래 최대 증세…길트채 금리 급등
영국 노동당 정부가 총선 후 첫 예산안에서 기업과 부유층을 겨냥한 수십년래 최대 규모의 증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레이첼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자본이득세 하한을 10%에서 18%로, 상한을 20%에서 24%로 높이고, 기업의 국민보험 부담금을 15%로 올리고, 석유 및 가스 회사의 이익에 대한 횡재세를 38%로 인상하는 등 400억 파운드(518억 달러) 규모의 세금 인상을 발표했다. 정부 차입 또한 늘리기로 했다. 이전 보수당 정부가 물려준 재정 악화와 무너진 공공 서비스로부터 영국을 “재건”하겠다는 노동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성장과 공공지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투자자들이 정부의 투자 재원 조달과 경기 부양 계획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길트채 금리는 전 구간에 걸쳐 상승했다. 영국 부채관리청이 2970억 파운드 규모의 연간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하자 2년물의 경우 한때 13bp 점프했다. 이는 시장 예상을 약간 넘어선 수준이었지만, 투자자들은 향후 5년에 걸쳐 약 1420억 파운드의 추가 차입을 내다 본 정부 전망에 주목했다. 트레이더들은 느슨한 재정 정책에 대응해 영란은행(BOE)의 통화완화에 대한 베팅을 축소해 연내 2차례 인하에서 1차례 인하로 기대를 낮췄다. 뱅가드 유럽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Shaan Raithatha는 “오늘 예산안은 사실상 대규모 재정 완화 조치”라며, “단기적으로 보다 강한 성장이 근원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어 오늘 발표의 결과로 인플레이션과 BOE 기준금리가 더 욱 천천히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채권 흐름 반전에 추세추종 CTA 펀드 연쇄 타격
모멘텀을 추종하는 퀀트 투자자인 CTA 펀드가 최근 채권 약세 흐름에서 다시 한번 큰 타격을 입었다. 도이치뱅크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 속에 CTA는 9월 말 기준으로 3년 만에 최대 규모의 미국채 롱 포지션을 쌓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60bp 이상 급등하면서 그 기대는 무너졌다. 8월초 엔 캐리 트레이딩이 청산되며 상당한 손실을 입었던 CTA로서는 연쇄 충격인 셈이다. CTA와 헤지펀드의 전략을 모방하는 펀드를 운용하는 다이내믹 베타 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 Andrew Beer는 “흐름 반전(whipsaw)의 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CTA가 어느 한 추세에 올라타면 그게 뒤집어진다”고 설명했다. 소시에테제네랄에 따르면 채권 포지션 타이밍 실수와 달러 약세 베팅으로 CTA는 이달 들어 28일까지 1.8%의 손실을 입어 올해 이익분을 거의 다 내주었다.
노무라는 채권 매도세가 심화될 경우 CTA와 기타 트렌드 추종자들이 이미 청산한 규모의 두 배가 넘는 2400억 달러 상당의 채권을 추가로 처분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펀드마다 다른 기술적 신호와 시간 프레임을 사용하기 때문에 CTA의 장기 채권 거래가 얼마나 유지되고 있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런던 소재 풀크럼 애셋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Suhail Shaikh는 자사 모델에 따르면 CTA는 3주 사이에 장기 채권 익스포저 중 약 80%를 청산했다고 전했다. CTA를 포함해 퀀트 펀드를 운용하는 알파심플렉스 그룹의 Kathryn Kaminski는 “채권 금리 환경이 정말 정말 왔다갔다했다”고 말했다. 뉴파운드 리서치의 CIO Corey Hoffstein은 “지금 채권에서 큰 돈을 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美분기 리펀딩 1250억 달러…장기물 발행 규모 당분간 유지
미국 재무부는 이번 분기 리펀딩 규모를 1250억 달러로 유지하고, 장기물 발행 규모를 “적어도 향후 몇 분기 동안” 늘리지 않겠다는 기존 가이던스를 되풀이했다. 현지시간 수요일 발표한 다음주 리펀딩 입찰 일정은 11월 4일에 3년 만기 미국채 580억 달러, 11월 5일에 10년 만기 미국채 420억 달러, 11월 6일에 30년 만기 미국채 250억 달러로 예정되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올 10-12월 기간 동안 연방 정부 순차입 추정치를 지난 7월 제시했던 5650억 달러에서 5460억 달러로 낮추고, 분기말 현금 잔액 예상치는 7000억 달러로 유지했다.
일부 채권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시간의 경과와 정부 차입의 궤적을 고려할 때 재무부가 리펀딩 규모를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지침을 수정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으나, 많은 딜러들은 2025년 하반기 전까지 현재 규모가 정부의 자금 수요를 충족하는데 충분하다고 보고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번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모두 재정적자 감축을 우선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딜러와 이코노미스트들은 결국 언젠가는 장기채 발행 증액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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