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는 현재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기술사용 협정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에 있으나 가능한 부분은 미국측과 파트너십을 구성해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으로 미국 및 글로벌 원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증시 상장 30주년을 맞아 뉴욕을 방문한 김동철 한전 사장은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은 어떤 특정 시점에서의 일시적 분쟁으로, 이제 웨스트하우스와의 관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으로 파트너십을 구성해 가야 된다”고 9일 블룸버그 뉴욕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발 글로벌 공급망 이슈와 원전이라는 국가 안보 차원 등에서 볼 때 특히 미국과 한국은 ‘팀 KORUS(한국-미국)’로서의 관계를 지향해야 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김동철 사장은 원전의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팀 코리아’는 프랑스나 중국 등 경쟁국과 비교해 발전 단가, 공사기간, 예산 등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원전 10기 수출 목표는 절대 과도한 목표가 아니라 달성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구체적으로 UAE 후속기나 튀르키에, 사우디, 영국, 남아공 등에서 사업 추진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김동철 사장은 미국 전력망이 상당히 노후화되고 신규 확충도 필요한 만큼 미국 정부나 산업계 수요에 따라 “언제든 출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전은 미국 전력·송배전분야 시공업체 번스앤맥도널(Burns & McDonnell)과 미국내 765kV 송전망 건설사업 및 연계 신사업 공동추진 등을 위한 협력합의서(Alliance Agreement)를 체결했다.
이번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AI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지배력을 가지려면 전력공급이 지금보다 두 배는 늘어야 한다며 취임 후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미국내 에너지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고 지난주 뉴욕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강조했다. 진보적인 그린뉴딜(Green New Deal)을 지지했던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작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의회 통과를 이끌어 낸 바 있다.
그는 국내 전력요금과 관련해 올 4분기에는 “어떻게 해서든 좀 정상화시킬 생각”으로 정부 당국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연료비가 치솟았지만 고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자들의 타격을 우려해 전력요금을 적절히 올리지 못해 누적 적자와 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나 강력한 자구책과 전기요금 인상으로 재무 위기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여름 수요 피크가 지나고 최근 유가와 환율, 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점은 한전의 재무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만 현재 적용되는 연료 가격은 2~5개월 전 수준으로, 당장 한전의 수지 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4분기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적어도 정치권이나 정부, 국민들 사이에 “어느 정도 정상화, 현실화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 시기를 언제 하느냐, 인상폭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현 요금 수준에서 흑자 기조가 유지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상화 의미란 “현재 기준으로 구입전력비에 +30원은 돼야 한다”면서 “지금은 1년 단위의 적정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쌓여 있는 40조 원을 회수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인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7년말이면 사채발행한도가 현재 5배에서 다시 예전의 2배로 줄어드는 부담마저 있다고 전했다. 현재는 4.4배 정도로, 사채발행배수 재조정은 정치권에서 동의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내 전력 수급과 관련해서는 현재 발전 용량 측면에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AI나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전력 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양한 발전원 확충과 전력망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이나 한국이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짓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송전망이 확충될 때까지는 우선 LNG 발전을 통해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아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연내 확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원전 4기를 더 건설해 현재 26기에서 30기로 늘릴 계획이다.
구조조정과 관련해 김동철 사장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25.7조 원의 재정 건전화 계획을 수립해 2023년까지 추진 실적이 13.1조 원으로 목표치 11조 원을 초과 달성했으며, 또한 구입전력비를 2023년에 3.1조 원 절감하고 올해도 4.1조 원 목표를 세워 2.8조 원 정도 절감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제 자산 매각이나 사업 조정 등 자구 노력 측면에서는 최대한의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추가적인 노력엔 한계가 있다며, 전력요금 정상화와 함께 신사업 신기술을 통해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30개 정도의 신사업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했고, 그 중에서도 변전 설비 예방 진단 시스템이나 지중 케이블 고장점 탐지 기술, 산불 조기대응시스템, 지능형 디지털 발전소, K-Grid 등 신기술로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의 경우 최근 화재 우려 등으로 최근 일시적 수요 정체가 발생했지만 수소나 암모니아 같은 연료전지차를 포함해 광범위하게 본다면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라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서 일시적이고 과도기적인 단점을 좀 과도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니냐며, 경제성과 안전성 문제 등이 해결되고 대폭적 기술 진보가 이루어지면 그 흐름은 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주주들에게 최근 몇년 동안 재무 안정화 노력으로 인해 배당을 못했지만 2025년이나 2026년 부터는 가급적 배당 지급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기사 문의: 서은경(뉴욕) 기자 eseo3@bloomberg.net, 이희수(서울) 기자 hlee425@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