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미국 경제의 ‘골디락스’ 신호와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기대 속에 뉴욕증시는 지난 금요일 반등에 성공했다. S&P 500 지수가 1% 넘게 오르며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고, 8월 초 혼란을 딛고 한달 동안 2.3% 올라 4개월 연속 월간 기준 상승을 기록했다.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던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와 달리 6일 발표될 8월 고용지표는 대체로 개선되어 비농업부문 고용의 경우 16만5000명 증가가 예상되지만 대체적으로 고용 추세가 식고 있음을 확인시켜줄 전망이다. 한편 한국의 8월 수출은 579.0억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1.4% 증가해 시장 예상치에 대략 부합했다.
8월 23~26일 EPIC MRA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 대타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가 경합주 중 한 곳인 미시간주에서 45%의 지지율을 얻으며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46%)를 거의 따라잡았다. 7월 중순만해도 트럼프는 바이든 대비 7%p 가량 우세였다. 호감도의 경우 해리스는 46%로 트럼프의 45%를 앞섰다. 또한 해리스가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경우 민주당 선거 진영에 상당한 자산으로 평가받은 반면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시장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연준 선호 근원 PCE 물가 전월비 0.2% 상승…9월 인하 뒷받침
연준이 선호하는 미국의 기저 인플레이션 지표가 완만한 속도를 보이고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후퇴함에 따라 9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뒷받침했다. 미 경제분석국이 금요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는 7월에 전월비 0.2% 올라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인플레이션 궤적을 보다 정확히 보여준다고 말하는 지난 3개월에 걸친 연율 기준 상승률은 1.7%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질 개인 소비가 0.4% 증가했지만, 개인 소득이 0.3% 증가에 그치고 저축률 역시 하락하는 등 향후 소비 지출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 Diane Swonk는 이번 지표가 연초 재가속됐던 인플레이션이 식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며, 이제 관건은 노동시장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올 하반기에 가계 소득과 지출이 더 눈에 띄게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시간대 소비자 설문 조사 결과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8월 최종치가 2.8%로 2020년말 이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소비자 신뢰지수는 8월 67.9로 7월 66.4에서 올라 5개월만에 반등했다.
정부 구제 노력에도 중국 주택 판매 침체 깊어져
중국 정부의 구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규 주택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주택 시장 침체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부동산정보공사 자료에 따르면 8월 중국내 100대 부동산 기업의 신규 주택 판매액은 총 2510억 위안(354억 달러)로 전년비 약 26.8% 감소했다. 7월 19.7% 감소폭보다 더 크게 악화된 셈이다. 모기지 규정 완화 등 지난 5월 발표된 부동산 시장 지원책의 효과가 시들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최소 10개 도시의 정부가 수년간의 개입을 멈추고 신규 주택 가격 가이드라인을 완화하거나 폐기해 시장 수요가 더 큰 역할을 하도록 함으로써 부동산 업체들의 집값 인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부동산 부문이 중국 경제에 계속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올해 5% 성장 목표를 달성하려면 추가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위기는 지난 2년에 걸쳐 고용은 물론 소비와 가계 자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지방 정부가 시장 부양을 위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특별채권 형태의 새로운 자금 지원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8월 전했다. 자금난에 처한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채권단을 설득하고 청산을 막기 위해 주택 판매 회복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부동산 업체들이 1년 넘게 디폴트 상태로, 지난 6월엔 Dexin China Holdings가 홍콩법원으로부터 파산 명령을 받았다.
中당국 국채시장 개입…PBOC 장기물 팔고 단기물 샀다
중국 당국이 결국 국채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지칠줄 모르는 채권 랠리를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경제 성장을 진작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새로운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인민은행(PBOC)은 8월에 장기 채권을 팔고 단기물을 사들여 1000억 위안(140억 달러)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고 금요일 성명서에서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만기나 시장 오퍼레이션 날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PBOC의 액션으로 인해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에 비해 오르면서 일드커브가 가팔라져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이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이 PBOC의 통화 정책 완화에 베팅하면서 벤치마크 국채 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끌어내리자 자금이 갑자기 빠져 나갈 경우 시장 붕괴가 우려되면서 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Brown Brothers Harriman의 글로벌 시장 전략 책임자인 Win Thin은 이번 PBOC 조치에 대해 “경제보다는 금융 안정성 리스크 관리에 더 초점을 맞춘 셈”이라며, “경제를 부양하고 싶다면 채권 일드커브의 양쪽 끝을 모두 낮춰야 하는데, 당국은 채권에 대한 베팅이 일방적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모습을 우려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TS Lombard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Rory Green은 현재로선 중국 경제의 거시적 취약성과 시장으로의 자금 흐름을 감안할 때 “채권 금리 상승시 훌륭한 매수 타이밍”이라고 진단했다.
내년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펀딩 차질 우려
미국의 아파트 건물과 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에서 내년 말까지 1.5조 달러 가량의 채권이 만기 도래 예정으로, 이 중 약 4분의 1은 재융자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세계적인 부동산 서비스 전문업체인 존스랭라살이 경고했다.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건물 가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해 이전 규모만큼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졌고, 그 결과 많은 곳에서 기존 대출을 연장하거나 신규 대출을 얻기 위해 자기 자본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존스랭라살은 내년 말까지 만기 도래분 중 약 40%를 차지하는 아파트 건물이 리파이낸싱 위기의 중심에 있다고 지적했다. 다가구주택으로 알려진 미국의 아파트는 ‘이지 머니’ 시대에 3년 변동금리 대출로 매입한 경우가 많아 그 이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임대 수입의 상당 부분이 잠식되어 추가 자본 확보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보험 비용 상승과 자산 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고통이 가중되어 MSCI Real Assets 집계 자료에 따르면 약 950억 달러 상당의 미국 부동산이 이미 부실 상태이거나 부실화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aconic Capital Advisors에서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을 담당하고 있는 Catie McKee는 “현재 많은 다가구 주택 건물들이 자산 잠식 상태”라며, 다만 길게 내다볼 때 회복탄력성이 좋아 채권이 인수가능하고 자본만 투입하면 된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많은 변동금리 대출이 800억 달러 규모의 CRE 대출채권담보증권(CLO)으로 묶여 투자자들에게 채권으로 매각되었기 때문에 월가 역시 골치 아픈 상황이다. 다만 투자자들은 CRE 시장 문제가 은행에 시스템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
유로존 인플레 둔화…ECB 인하 신중론
유로존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에 부합한 전년비 2.2%로 7월 2.6%에서 크게 내려왔다. 근원 CPI 상승률 역시 3개월간 2.9%에서 머물다가 8월에 2.8%로 완화됐다. 빌르루아 드갈로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 겸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9월 금리 인하를 지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이 프랑스의 경우 내년 상반기면 2% 목표에 지속가능하게 도달하고 유로존은 내년 하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디스 뮬러 ECB 위원 역시 9월 금리 인하에 대해 자신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사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아 전반적인 물가 안정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며 ECB가 지나치게 빨리 금리를 내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올해 2-3차례 추가 인하를 가격에 반영 중이다. ECB 위원들은 9월 12일 정책회의에서 두번째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슈나벨을 비롯해 최근 몇몇 ECB 인사들은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