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도、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3%로 시장 예상을 상회함에 따라 트레이더들은 한때 9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31bp로 낮추고 연말까지 총 100bp 미만으로 프라이싱을 약간 조정했다. 이에 미국채 2년물 금리는 한때 4bp 넘게 올랐고, 달러(BBDXY)는 0.4% 가까이 강세를 보였다. BMO Global Asset Management의 Earl Davis는 전반적으로 금리가 내려가겠지만 직선을 그리진 않을 전망이라며, 현재 3.9%를 위협하는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다시 4%로 갈 경우 기존 롱 포지션에 추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아직 2% 목표에서 멀다고 지적했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 GDP 결과에 힘입어 뉴욕증시는 반등을 시도했으나 오후 들어 힘을 잃었고, 태풍급 어닝 서프라이즈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엔비디아는 주가가 장중 한때 7% 넘게 급락했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오픈AI 펀딩 라운드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또한 노키아의 모바일 네트워크 자산 인수에 삼성전자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블룸버그 뉴스/모닝컨설트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7개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1%p)를 넘어선 2%p로 앞섰다. 다음은 시장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미국 2분기 GDP 성장률, 강한 소비지출 덕분에 3%로 상향 조정
미국 경제가 견조한 소비 지출 덕분에 2분기에 속보치와 시장 예상치보다 다소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시간 목요일 발표된 미국 경제분석국 수치에 따르면 4~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연율 3%로 속보치 2.8%에서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2.8%를 내다봤었다.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인 개인 소비 증가율이 2.3%에서 2.9%로 조정된 영향으로, 상품 및 서비스 구매의 강한 흐름이 반영됐다. 특히 의료와 주택, 공공요금, 여가활동에 대한 지출 증가가 주된 요인이었다. 반면 기업 지출과 재고, 순수출, 주택 투자, 정부 지출 항목은 속보치 대비 모두 하향 조정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분기 GDP 수치가 미국 경제의 모멘텀을 과대포장한 듯 보인다며, 실질 가처분 소득의 경우 불과 1% 늘어나는데 그쳐 소비 지출 증가세에 크게 못미친 만큼 향후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올 1분기 다소 저조했던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 되살아났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고금리 부담이 이어짐에 따라 올 하반기엔 다시 1%대로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다음달부터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주택과 제조업 등 높은 차입비용에 큰 타격을 입었던 취약 부문이 다소 숨을 돌릴 수 있다. 목요일에 별도로 나온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23만1000건으로 전주 대비 2000건 줄었다.
독일 물가 2%로 둔화…지지받는 ECB 두번째 금리인하 기대
독일의 8월 인플레이션이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인 2%로 둔화하면서 ECB의 두 번째 금리인하가 지지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저치인 2%는 7월 2.6%에서 대폭 낮아진 수치로, 블룸버그가 설문조사한 이코노미스트들 중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예상치를 밑돈 수준이다. 스페인의 물가 압력도 2.4%로 이전치 2.9%에서 크게 완화됐다. 금요일 예정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애널리스트들은 유로존의 8월 물가 상승률이 2.2%로 후퇴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ING는 “독일 인플레이션 하락은 에너지 및 상품가격 하락과 유리한 기저 효과의 결과”라며, 다만 “독일과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안심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9월 12일 ECB 정책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지지를 받겠지만, 독일의 근원 인플레이션이 아직 3%를 웃돌고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4% 위인 상황에서 ECB 정책위원회가 현재로선 점진적 속도로 분기에 한번씩 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아직 2%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당분간 통화정책을 제약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현지시간 목요일에는 소비자 물가의 핵심 요인인 임금 상승이 향후 2년 동안 급격히 둔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홀츠만 ECB 위원은 유로존 전체의 경우 2%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이 늦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고,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 총재는 2% 물가 목표가 아직 지속적으로 달성되지 않은 만큼 ECB가 금리를 너무 빠르게 내려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연준 인하 신호에 뚜렷해진 弱달러·强위험통화
연준의 금리인하가 임박했다는 전망 속에 이달 미 달러가 급락하고 다른 글로벌 주요 통화는 랠리를 펼쳤다. 현지시간 목요일 상향 조정된 미국의 2분기 GDP 및 시장 예상보다 둔화된 독일 물가 등의 영향으로 달러는 다소 반등하고 있지만, 이달 들어 블룸버그 달러 지수(BBDXY)는 대략 2% 밀려 올해 가장 큰 월간 낙폭이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위험통화로 볼 수 있는 뉴질랜드 달러와 스웨덴 크로나가 미달러 대비 4% 넘게 뛰었고, 안전통화인 스위스 프랑과 엔화 역시 3% 이상 절상됐다.
하루 7.5조 달러 규모의 통화 시장에서 이처럼 환율이 크게 움직인 배경에는 트레이더들이 미국 금리 인하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8월 초 시장 혼란과 소위 캐리 트레이드에서의 이탈 흐름 이후 달러는 힘을 잃었고, 파월 연준 의장이 인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하면서 약세가 깊어졌다. 바클레이스의 FX 스트래티지스트 Skylar Montgomery Koning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에 따라 달러가 거래되고 있다”며, “그것이 거의 유일한 동인”이라고 진단했다.
위안화 연간 손실 만회…7.1레벨 주시
최근의 두드러진 달러 약세와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으로 중국 역내 위안화는 올해 손실을 전부 만회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 기업들이 보유 외환을 역내로 들여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NZ의 아시아 리서치 책임자 Khoon Goh는 “수출업체들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단기적으로 위안화가 더 절상될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당 7.10위안화 레벨이 깨지면 7.0위안까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Eurizon SLJ Capital은 미국 금리 인하로 중국 기업들이 1조 달러 상당의 달러 표시 자산을 팔아치울 수 있다며, 위안화가 최대 10% 절상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Manulife Investment Management의 Nathan Thooft는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연내 100bp까지 연준의 금리 인하를 내다보는 시장 기대는 지나치게 공격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달러 하락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대형 베팅을 할 수 있는 확신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위안화 반등으로 중국인민은행은 자본유출과 환율에 대한 부담을 덜어 통화정책을 완화할 여력을 좀더 확보한 듯 보인다.
네덜란드 당국, ASML의 중국 반도체 사업 추가 규제 예정
네덜란드 당국이 ASML 홀딩의 중국 내 반도체 장비 수리 및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한할 계획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이 밝혔다. 올해 말 만료되는 중국 내 ASML의 서비스 및 예비 부품 제공 관련 특정 라이선스가 갱신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심자외선(DUV) 반도체 장비가 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ASML과 네덜란드 외교통상부는 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AMSL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장비는 판매시 가동에 필수적인 유지보수 계약이 포함되는데, 이같은 서비스가 철회될 경우 적어도 일부 장비는 이르면 내년부터 가동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이 대중 통제를 미국만큼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을 경우 ‘해외 직접 제품 규칙(FDPR)’ 등 일방적 조치를 동맹국에 부과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FDPR은 미국 정부가 미국산 기술이 아주 조금이라도 사용된 경우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으로 간주해 수출시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제재를 말한다.
기사 관련 문의: 김대도(서울),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