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매판매·생산 부진
미국의 소비자들이 작년 말 신나게 연휴 쇼핑을 즐긴 뒤 새해 들어 쉬어감에 따라 소매 판매가 거의 1년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현지시간 목요일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소매판매가 전월비 0.8% 감소해 작년 3월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후퇴했다. 블룸버그 사전 설문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중앙값 기준 0.2% 감소를 예상했었다. 이전치도 0.6% 증가에서 0.4% 증가로 하향 조정됐다. 전체 13개 항목 중 9개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특히 건축자재 판매상과 자동차 딜러가 타격이 컸다. 지난달 혹독한 날씨가 소매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강한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가계 지출이 자칫 약해질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 추계에 반영되는 소위 관리그룹 소매판매도 0.4% 감소해 작년 3월 이래 처음으로 후퇴했다. 시장 예상치는 0.2% 증가였다.
웰스파고는 “소비지출이 올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1월 부진은 단기적 소비 추세를 과장한 듯 하다”며, “여전히 튼튼한 노동시장을 감안할 때 올해 소비지출이 붕괴되기 보다는 점진적 둔화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월 판매 감소가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며, 소비자들이 높은 금리와 신용카드 연체 속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제조업생산 역시 3개월만에 첫 감소를 기록했다. 1월 증가율은 -0.5%로 시장 예상치 0.0%보다 악화되었고, 광공업 생산도 -0.1%를 기록했다.
미국 은행 수십곳, 상업용 부동산 대출 급격히 늘려 2023년 말 미국 내 은행 20여 곳의 상업용 부동산(CRE) 대출 포트폴리오가 연방 규제당국이 시사한 감독 강화 대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방준비은행과 연방예금보험공사, 통화감독청(OCC) 등 3대 규제당국은 지난해 은행권에 오피스 건물과 소매점포 등 CRE에 대한 대규모 대출 익스포저를 신중하게 평가하라고 주문했다. 무엇보다 CRE 대출 규모가 자본의 3배를 넘을 경우, 특히 과거 3년간 CRE 대출 포트폴리오가 50% 이상 증가한 경우 집중 심사를 경고했다. 최근 몇주 사이에 잠재적 대출 손실에 대비해 막대한 충당금을 설정해 주가 폭락 사태를 겪었던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NYCB)가 이같은 감독 기준에 거의 가까운 최대 미국 은행이긴 하지만, 블룸버그가 350개가 넘는 은행 지주 회사들에 대한 연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그보다 규모가 작은 많은 소형은행들이 익스포저가 빠른 속도로 과도하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9월 30일 기준 이 두 조건에 해당되는 금융기관은 밸리 내셔널 뱅코프, 워싱턴 페더럴, 액소스 파이낸셜 등으로 드러났다. 이들 지역은행을 비롯해 많은 소형 은행들이 CRE 익스포저 리스크와 당국 압박에 따른 대손충당금 강화 또는 배당금 축소 등의 우려로 1월 말부터 주가가 하락했다. Keith Noreika 전임 통화감독청장은 “현재 경고 단계에 있다”며, “사람들이 정말로 뭐가 잘못된 건지 아니면 단지 주시만 하면 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밸리 내셔널 뱅코프 최고경영자인 Ira Robbins는 현지시간 목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규제당국과 대화를 하고 그들에게 상황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꽤 훌륭한 대화를 하고 있고 별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규제당국 입장에선 특정 부문에서 우려가 커지면 당연히 더 자세히 보겠지만 현재 평상시와 다른 게 벌로 없다고 주장했다.
ECB 시클루나 ‘3월 인하에 열려 있다’…라가르드, 섣부른 인하 경고
에드워드 시클루나 몰타 중앙은행 총재 겸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ECB가 인플레이션이 후퇴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르면 3월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ECB 동료 위원들에게 최근의 물가 동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경제의 목을 조르는 고삐를 적어도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야 한다고 인터뷰에서 촉구했다. 다음달 ECB 회의에서 업데이트 될 분기 경제 전망이 정책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가 아는 바로는 3월이 될 수 있다”며, “얼마나 많은 이들이 6월까지 기다려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3월 인하 가능성을 꺼내든 것은 ECB 정책위원 중 그가 처음이다.
3월 7일 예정된 ECB 정책 결정을 앞두고 3월 인하설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블룸버그 설문에서 오직 한 명의 애널리스트만 3월 인하를 전망했고, 라가르드 ECB 총재가 섣부른 금리 인하에 대해 경고를 보내면서 트레이더들은 4월 인하조차 가능성이 반반이라 보고 6월로 몰리는 분위기다. 라가르드는 목요일 EU 의회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올해 점진적으로 지속되겠지만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어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2% 목표를 향하고 있는지 보다 확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내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경우는 성급하게 결정을 내려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 추가 조치를 취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중기적 2% 목표에 도달하고 그곳에 지속적으로 머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만큼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덧붙였다.
영국 경기침체 불안에 금리 인하 압박받는 영란은행
영국이 작년 하반기에 마일드한 경기침체에 빠진 것으로 확인되자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영란은행(BOE)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영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3분기 -0.1%에 이어 4분기엔 시장 예상치보다 악화된 -0.3%를 기록했다. 불과 2주 전 BOE가 추정했던 것보다 부진한 성적이다. 이에 대해 헌트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이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로 떨어지면 “전환점”이 올 것이라며, BOE가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현지시간 목요일 말했다. 이를 통해 장기적 성장을 이룰 수 있고, 또한 “금리가 5% 위로 15년래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경제 성장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Panmure Gordon의 수석 영국 이코노미스트인 Simon French는 헌트의 발언이 “통화정책이 경제의 일부 고통을 구제하려 나설 예정임을 암시하는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영국 재무장관들이 그동안 대체로 중앙은행 독립성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에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발언을 자제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더욱 주목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의 Dan Hanson은 “경제가 침체에 들어서고 2% 인플레이션이 가시권에 있는 만큼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정치권 압박이 향후 몇 개월에 걸쳐 분명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시장은 BOE의 첫 금리 인하를 8월로 예상하고 있으며 6월 인하 가능성은 70% 정도로 가격에 반영 중이다.
월러 연준이사 ‘달러, 중국과 암호화폐 위협에 견뎌낼 것’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이사는 최근 암호화폐와 유로화의 부상,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움직임 등 여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가 글로벌 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지시간 목요일 바하마 대학 연설에서 “미국 달러가 조만간 세계 기축 통화로서의 지위를 잃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일부에서 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던 최근의 전개 상황이 오히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 지위를 강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전배포 연설문에서 통화 정책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높은 국가에서 때때로 “달러화(dollarization)”를 채택해 자국 화폐가 미 달러로 대체되곤 했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종종 기축통화로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의 트레이딩은 대부분 달러 가치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위안화의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 자산이 되기엔 여러 걸림돌이 있다며, 자유로운 교환이 어렵고 중국의 자본 계정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지 않은데다 중국 기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