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PI, 대체로 시장 예상 부합
1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월비 0.1%로 시장 예상치와 이전치 0.0%를 상회했다. 전년비로는 3.1%로 이전치 3.2%에서 둔화됐다. 식료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월비 0.3%으로 이전치 0.2%에서 약간 높아졌고, 전년비로는 4.0%를 유지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헤드라인 CPI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0.4% 올라 휘발유 가격 하락을 상쇄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꾸준한 주거비 진정세가 근원 인플레이션을 2%로 끌어내리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블룸버그 계산 결과 주거비와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의 상승률은 전월비 0.4%로 이전치에 비해 높아졌다.
Santander US Capital Markets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Stephen Stanley는 “1년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기저 인플레이션 추세의 경우 여전히 2%와 거리가 멀어 현 시점에서 연준의 완화가 눈앞에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조기 금리 인하를 둘러싼 시장의 낙관론이 현재로선 시기상조인 듯 하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1월 근원 인플레이션이 전월비 약간 올라 연율 3%에 가깝지만, 지난 6개월에 걸쳐 디스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진전되었고, 중국의 디플레이션 역시 핵심 품목의 물가에 또다른 디스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연준 금리 인하 베팅 약간 후퇴
미국 11월 CPI 지표가 시장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게 나온 가운데 트레이더들은 내년 공격적인 연준 금리 인하 베팅을 다소 되돌렸다. 스왑시장은 이제 내년 연준이 총 108bp 내릴 것으로 가격에 반영 중이며, 첫 인하 시기는 여전히 5월로 보고 있다. 미국채 2년물 금리는 CPI 발표 직후 8bp 가까이 하락했으나 이후 반등을 시도했다. First Citizens Bank Wealth Management의 Phillip Neuhart는 “헤드라인 연간 인플레이션이 오늘 지표에서 또다시 개선되었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은 아직 연준의 2% 목표보다 두 배 높다”며, “FOMC는 추가적인 기저 인플레이션 개선을 확인한 후에야 금리를 내리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itch Ratings의 Olu Sonola는 이번 CPI 지표가 “내일 FOMC 금리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연준에게 내년 3월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임을 재확인할 수 있는 탄약을 제공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TD증권은 파월 연준의장이 FOMC의 비둘기파적 가이던스에 반해 기자회견에서 신중한 매파적 발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와 노동시장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한 분명하고 지속가능한 경로에 있다고 확신할 때까지 정책을 완화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CPI 보고서가 그러한 확신을 주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반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연준의 가파른 긴축으로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들어섰고, 고용 창출이 경기 불황에 덜 민감한 분야에 집중되어 있어 실제로 기저적인 일자리 증가세는 훨씬 약하다며, 내년 3월부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옐런 美재무장관 ‘인플레이션, 2% 목표로 점진적으로 되돌아갈 것’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을 연방준비은행의 2% 목표로 되돌리는 데 있어서 “마지막 구간”이 특히 어려울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의미있게 내려오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책무 및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하락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한 행사에서 주장했다. 앞서 미국 11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비 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옐런은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인플레이션 급등을 잡기 위해 실업률이 크게 올라야 한다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주장에 자신은 일관되게 반박해왔다고 덧붙였다. 과거와 달리 이번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급등하지 않았기 때문에 물가 진정을 위해 단지 경제를 정상화시키고 노동시장을 일종의 완전 고용 상태로 되돌려놓기만 하면 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준이 소방수 역할을 끝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또한 미국의 재정 문제가 응급상황은 아니지만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 경우 국가 재정이 악화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중국, 대규모 부양책 대신 산업정책에 초점…‘기술자립 더 중요’
중국 최고 지도부가 산업정책을 내년 경제 우선순위로 제시함에 따라 대규모 부양책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실망할 것으로 보인다. 11일-12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 시진핑 국가주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당정은 “현대 산업 시스템 건설을 주도하기 위한 기술 혁신”의 활용을 강조하고, 디지털 경제와 인공지능(AI) 분야도 “활발하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부동산 위기와 경기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보다 강력한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집권 공산당은 소비 지출을 촉진하기보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도록 기업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Standard Chartered의 Ding Shuang은 “대규모 부양 신호가 없었다”며, 이번 회의에서 기술 자립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봉쇄 해제에 따른 소비 반등 덕분에 약 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성장률 목표도 비슷한 수준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BNP파리바의 Jacqueline Rong은 산업정책 중시를 주목하고 “하이테크 산업 지원에 대한 강조는 높은 수준의 안보 및 공급측 개혁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 성명서는 중국의 내수가 불충분하고 일부 산업이 생산과잉을 겪고 있으며 기대가 약하고 숨겨진 리스크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부 환경의 복잡성과 심각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구글, 에픽게임즈에 패소…2000억불 앱스토어 산업 위협
구글이 에픽게임즈와의 소송에서 패배함에 따라 애플과 함께 장악한 한해 2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글로벌 앱스토어 시장이 대격변의 위험에 처했다. 샌프란시스코 배심원단은 현지시간 월요일 에픽게임즈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구글이 구글 플레이 앱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결제 서비스를 불법적 독점으로 운영했다며 만장일치로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줬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주가는 12일 장중 한때 1.4% 하락했다. 이번 판결로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최대 30%의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는 구글과 애플의 앱스토어 비즈니스 모델에 타격이 예상된다. 이미 이들의 앱스토어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규제당국과 정치인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Tim Sweeney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는 판결 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도미노가 쓰러지기 시작했다”며, “수수료 30%의 끝이 보인다”고 말했다. 2021년 판사의 판결로 에픽게임즈가 패소했던 애플과의 소송과 달리 이번엔 실제 소비자인 배심원단이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eyBanc Capital Markets는 구글과 스마트폰 제조업체, 게임 개발자 간의 수익 공유 딜이 밝혀진 점이 구글에 패배를 안겨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