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유럽침체? 러시아 반란 수습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미국과 유럽,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더 높이 올려야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우세해지면서 뉴욕증시는 금요일 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락했다. 특히 유로존의 경우 경기침체 경고음이 채권시장을 뒤흔들어 독일과 영국의 일드커브가 수십년래 가장 큰 폭으로 역전됐고, 유로와 파운드는 달러 대비 후퇴했다. 이번주 주요 이벤트로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개최되는 유럽중앙은행(ECB) 연례회의에서 파월 연준의장과 라가르드 ECB 총재 등이 경제와 통화정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 군부와 갈등을 빚어온 용병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주말 무장 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했다가 하루 만에 철수를 발표했다. 일단 내란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듯 보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며 피로감이 누적된 가운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리더십에 얼마나 타격을 줄지 주목된다. 러시아 정부 관료들은 중국과 북한 등 동맹국들과 만났고,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번 반란이 푸틴에게 직접적 도전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지시간 일요일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추가적인 국방 협력을 논의하고 세계가 러시아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보스틱 동결 주장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까지 낮추기에 충분하게 금리를 내렸다며 이제는 동결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제롬 파웰 연준의장을 비롯한 일부 매파적 인사들의 발언과 달리 보스틱은 2022년 3월 이후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이 물가 압력을 식히기에 충분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우리의 정책금리는 5%-5.25%다. 나는 그것이 적당히 제약적 수준으로, 2% 물가 목표를 되찾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현지시간 금요일 애틀랜타의 한 행사에서 말했다. “현재 내가 가진 정보를 토대로 올해 남은 기간은 물론 내년 길게까지 현 수준에 머무는데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연준 위원들은 1980년대 이래 가장 공격적인 긴축 행진을 더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보스틱은 인내심을 갖자며 최근 대표적 비둘기파로 부상했다. 한편 파월 연준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에 베팅하던 채권 트레이더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한 듯 보인다. 미국채 금리는 3월 실리콘밸리은행 몰락 이전의 수준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연준위원들이 올해 2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지만 부진한 유럽과 달리 미국 종합 PMI는 6월 53으로 꽤 잘 버티는 모습이다.

거의 멈춰선 유로존 경제

지난 겨울 침체 이후 회복을 보였던 유로존의 경제 모멘텀이 6월 들어 거의 멈춰섰다. S&P Global이 집계해 금요일 발표한 마킷 유로존 종합 PMI는 5개월래 최저치인 50.3으로 애널리스트 추정치 52.5를 하회했다. 프랑스의 파업이 주된 영향을 미쳤지만 독일의 제조업 부진도 일조했다. S&P는 유로존이 작년 10월에서 올 3월 사이에 겪었던 가벼운 경기침체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책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어 다시 어려움에 직면할 위험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도 크게 식고 있어 투입 비용 상승률은 2020년 12월래 최저를, 재화와 서비스 판매 가격 상승률은 2021년 3월래 최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에 머니마켓은 ECB 최종 금리 전망치를 목요일 4.07%에서 연말까지 4% 미만으로 낮췄다. 분트채 2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15bp 가까이 밀렸고, 유로-달러 환율은 1% 가량 급락했다. Hamburg Commercial Bank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Cyrus de la Rubia는 2분기에 약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다 해도 모든 분야에 걸쳐 기업들이 주문 감소에 직면해 있어 올 하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ECB가 여전히 높은 근원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경제활동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추가 통화 긴축을 막긴 어렵다며, 7월과 9월 각각 25bp 인상을 예상했다. Pablo Hernandez de Cos ECB 정책위원은 7월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 경제 성장이 기대에 못미침에 따라 9월 정책 결정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테크주 도망 징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수석 투자 스트래티지스트인 Michael Hartnett는 1999년과 유사한 랠리가 “베이비 버블”을 형성한 후 투자자들이 기술주에서 도망치는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EPFR 글로벌 자료에 따르면 6월 21일까지 5거래일 동안 테크주에서 20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되어 10주래 최대를 기록했다. 나스닥 100 지수가 올해 38% 상승해 1999년 하반기 이래 최고의 반기 실적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떠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연준의 긴축이 조만간 종료될 것이란 기대에 힘입어 랠리를 펼쳤던 뉴욕 증시는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파월 연준의장의 최근 발언에 상승세가 주춤했다. Hartnett는 올 여름 하방 리스크가 더 크다며, S&P 500 지수가 9월 노동절 전까지 많이 올라야 100-150포인트 정도에 불과한 반면 하락은 300 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팬데믹이 바꾼 경제구조  

JP모간자산운용의 Jared Gross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부터 대부분 정상화되었지만 보다 장기적 차원에서 경제 구조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교역 관계가 재편되고 중앙은행의 시장 진정 역할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재정 부양이 소위 중앙은행 풋을 대신함에 따라 중앙은행이 매우 신중해졌다며, 이제 주가가 하락하거나 어느 은행이 흔들린다고 해서 쉽게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인력 감축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매니징 디렉터 약 125명을 내보내기 시작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JP모간 역시 딜메이킹 사업 부진에 아시아에서 투자은행 전문가 20명 가량을 내보낸데 이어 북미 지역에서도 해당 부서 임직원을 40명 정도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은행 규제 리스크

미국 은행들이 향후 몇개월에 걸쳐 일련의 규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은행주가 다시 매도 압력에 시달렸다. KBW은행지수와 KBW지역은행지수 모두 지난주 4% 넘게 밀려 JP모간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인수를 발표했던 5월초 이래 최악의 주간 성적을 기록했다. 웰스파고의 Mike Mayo는 올 여름이나 가을까지 3중 규제가 은행권을 덮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가장 쉬운 고비로 이를 통과하지 못하는 은행은 없겠지만, 바젤위원회의 은행 감독 관련 신설 규제와 실리콘밸리은행 붕괴에 따른 연준의 추가 감독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파월 연준의장은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월가 대형은행들이 미국 규제당국의 자본 요구조건 강화 움직임에 직면하게 될 예정이라며, 충당금을 20% 정도 늘려야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셸 보우먼 연준이사는 미국 은행에 대해 대출을 옥죌 수 있는 자본 규정 강화보다 감독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