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태그플레이션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 1분기 연율 1.1%로 시장 예상치 1.9%를 하회하며 작년 3분기 3.2%, 4분기 2.6%에서 크게 둔화됐다. 개인 소비가 3.7% 늘었지만 기업 설비 투자가 팬데믹 발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재고 역시 GDP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성장률을 점진적으로 끌어내리는 모습이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1분기에 연율 4.2% 상승했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의 상승률은 4.9%로 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 둔화는 2분기에 더욱 두드러져 이코노미스트들 전망치에 따르면 0.2%에 그칠 전망이다. 연준내 이코노미스트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은 통화긴축의 누적 효과와 기업 투자 부진, 소비지출 둔화, 신용 여건 타이트닝 등을 감안할 때 경기 하강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Nationwide의 Kathy Bostjancic는 “최근 지표들이 약한 경제성장세가 2분기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반면 인플레이션은 특히 근원 서비스를 중심으로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분기 성장률이 1.1%에 그쳤지만 내수가 여전히 강해 현재로선 침체 우려를 떨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은행 혼란발 신용 긴축은 연준 50b 인상 효과
미국의 은행 스트레스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50bp 올린 것만큼이나 신용을 긴축시킬 전망이라고 이코노미스트들이 진단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가 46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4월 21일에서 26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거의 모든 응답자들이 5월 2-3일 FOMC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가 5%-5.25%로 25bp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ING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James Knightley는 “인플레이션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높지만 은행 스트레스가 대출 여건의 긴축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는 수요일 예상되는 25bp 인상보다 경기 둔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 인사들은 대체로 실리콘밸리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의 실패가 통화정책에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신용 여건 전개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경제 성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확실치 않다는 점에서 신중한 모습이다. 게다가 이번주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마저 대규모 예금 인출이 확인되며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 불안을 재점화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지역은행발 충격이 2분기가 지나면서 진정되고 그에 따른 신용 긴축은 약 1차례 25bp 인상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 임금상승 견해차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제기한 가파른 임금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해 연준내 일부 인사들은 회의적인 모습이다. 최근 비둘기파적 스탠스를 취해온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총재는 물론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마저 임금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 이같은 견해 차는 향후 정책 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연준은 대체로 다음주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부 연준위원들은 신용 긴축 조짐에 다소 주저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현지시간 28일 나올 1분기 고용비용지수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1.1%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여러 주에서 최저임금이 오르고 뒤늦게 임금이 물가 오름세를 따라잡으면서 1.2% 상승을 내다봤다.
굴스비는 4월 19일 NPR의 Marketplace 라디으 프로그램에 출연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임금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임금은 물가의 선행지표가 아니라 오히려 후행한다”고 지적했다. 불러드는 인플레이션에 있어서 노동시장보다는 기대 인플레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지어 기업들이 어느 시점에 가면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가격 인상분을 되돌려야하는 상황마저 가정하기도 했다. 실제로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공격적인 가격 인하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국영방송 영상에 따르면 파월 연준의장이 지난 1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사칭하는 러시아인의 장난전화에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영상에서 파월은 인플레이션 전망과 러시아중앙은행 등 여러 주제에 대한 질문에 답변했다. 연준 대변인은 현지시간 목요일 이를 시인하고 민감한 정보나 기밀을 논의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엔화, 글로벌 안전통화 지위 회복
바클레이즈는 일본은행(BOJ)이 정책을 정상화하고 인플레이션 충격이 약해짐에 따라 엔화가 수년간 달러에게 내줬던 대표적 글로벌 안전통화 지위를 되찾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달러는 지난 몇년 동안 거시경제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독보적 피난처를 제공했지만, 최근 금융시장 혼란에 따른 리스크오프 모드에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며 다시 안전자산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고 Shinichiro Kadota 등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들이 지적했다. 게다가 BOJ의 일드커브컨트롤(YCC) 정책이 폐기될 경우 엔화 강세를 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OJ가 YCC 종료를 검토하고 2022년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에너지 충격이 시들어감에 따라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을 되찾고 있다”며, 현재 134엔 부근인 달러-엔 환율이 2024년 1분기면 123엔을 향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만일 글로벌 경제환경이 악화되어 BOJ가 YCC를 포기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 역시 완화를 시작할 수 있어 오히려 엔화 강세가 탄력을 받아 달러-엔 환율이 120엔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BOJ는 이번주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이치은행 추가 감원
도이치은행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동시에 경력이 오래된 백오피스 직원을 800명 정도 내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이치은행은 1분기에 기업금융 분야 매출이 35% 급등해 2016년래 최고 성적을 거뒀지만, 채권 트레이딩의 경우 17% 감소해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에 비해 상당히 부진했다. 도이치은행은 이번 추가 감원을 통해 2025년까지 매년 추가 5억 유로의 비용 절감이 가능해 중기적으로 25억 유로 가량 절감을 기대했다. 또한 경영이사회를 현재 10명에서 9명 체제로 바꾸기로 함에 따라 아메리카 담당인 Christiana Riley가 떠나고 자산운용임무는 James von Moltke 최고재무책임자가 맡게 된다.
크리스티안 제빙 최고경영자(CEO)는 작년에 호황을 누렸던 트레이딩 부문이 시들해지고 유럽이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함에 따라 기업금융과 프라이빗금융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지난 5년간 경영 턴어라운드를 위해 애써왔지만 높은 인플레이션과 운용 투자 손실로 종종 비용이 예상을 추월하곤 했다. 제빙은 UBS그룹에 피인수된 크레디트스위스로부터 뱅커와 고객을 더 끌어올 방침임을 시사했다. 기업금융과 투자은행, 자산운용 등에서 선별적으로 인재를 채용해 2025년까지 연 4%의 매출 성장률 목표를 초과달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