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준의장은 올해 남은 기간을 놓고 FOMC가 100bp와 125bp 인상으로 의견이 갈렸다고 밝혔다. 11월과 12월에 각각 50bp씩 올리던가, 아니면 11월 다시 한번 75bp 인상 후 12월 50bp로 속도를 조절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음 FOMC 회의가 예정된 11월 2일까지 연준이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CPI 지표는 10월 중순에 나오는 9월치 밖에 없어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가 나올지 주목된다. 한편 그동안 18개월에 걸쳐 총 1175bp 인상을 단행한 브라질 중앙은행은 다음달 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물가 진정 신호에 기준금리를 13.75%로 동결했지만 필요시 주저하지 않고 긴축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연준, 세번째 75bp 인상
연준이 3차례 연속 75bp 금리 인상을 단행해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3%-3.25%로 2008년 금융위기래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연준 인사들이 제시한 기준금리 경로 전망은 중앙값 기준 올해말 4.4%, 내년 4.6%로 6월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2024년엔 3.9%, 2025년엔 2.9%로 하락을 예상했다. FOMC는 정책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목표 범위의 지속적인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기존 문구를 유지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파월 연준의장은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에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으로 정책 스탠스를 의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제약적 수준의 하단에 왔다고 기자회견에서 설명했다. 그는 점도표가 연내 추가 125bp 인상을 시사했지만, 상당히 많은 연준위원들이 100bp를 선호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낮추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그 임무를 다할 때까지 이를 지속하겠다(‘keep at it’)는 것이 자신의 핵심 메시지라고 말해 폭풍적 초금리정책의 대명사인 폴 볼커 전 연준의장의 회고록 제목(Keeping at It)을 연상시켰다.
연준은 2023년과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2%와 1.7%로 낮추고, 실업률은 내년과 2024년 모두 4.4%로 상향 조정했다. 파월은 고통없이 인플레이션과 싸워 이길 방법은 없다며, 금리 상승과 성장 둔화, 노동시장 약화 모두 견디기 힘들지만 물가안정 실패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주장했다. 주택시장 조정 가능성도 경고했다.
최종금리 5%?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오늘 75bp 인상 결정보다 중요한 점은 연준위원 중 거의 3분의 2가 내년 금리 피크를 시장이 그동안 가격에 반영했던 4.5%보다 더 높게 봤다는 사실이라며, 결국 최종금리가 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Danske Bank는 11월과 12월에도 75bp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을 바꿨다. AllianceBernstein은 연준의 수정 경제 전망이 여전히 너무 낙관적이라며, 실업률 4.4%로는 물가를 잡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Wells Fargo Investment Institute는 “살짝 매파적 서프라이즈”였다고 평가했다. First Citizens Bank Wealth Management는 연준이 물가안정과 경제성장 사이에 섬세한 균형을 찾으려 애쓰면서 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EQM Capital은 연준의 양적긴축이 이미 9월에 시작되고 일련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연준이 과도한 긴축으로 경기 침체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준이 과연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어쩌면 4-5%대 인플레이션이 ‘뉴노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Centre Asset Management는 현재 상황은 연준이 그동안 금리를 너무 오래 너무 낮게 유지해 왔기 때문에 벌어졌다며, “마치 방화범이 소방수를 자처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당분간 빅테크의 출혈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 추가 하락 전망
골드만삭스 수석 글로벌 주식 스트래티지스트인 피터 오펜하이머는 금리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미국 증시가 추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위 경기주기적 약세장에서 주가가 대개 30% 가량 하락한다며, S&P 500 지수가 올해 19% 정도 후퇴한 점을 감안할 때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약 10%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지시간 수요일 인터뷰에서 기본 시나리오로 미국 경기침체를 전망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피크에 도달하는 시점에 대한 자사의 가정을 토대로 할 때 올해가 끝나기 전에 시장이 바닥을 확인할 가능성이 낮아보인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기 위해 수십년래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밀고 나감에 따라 주식시장이 당분간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월가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여건이 타이트해지면서 주가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주고 경제성장 속도를 둔화시켜 기업 이익 전망을 어둡게 만들기 때문이다. Oppenheimer는 하방 리스크를 고려할 때 만기가 짧은 채권이나 현금이 현재로선 매력적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메타 플랫폼스는 최소 10%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일 방침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바이든 vs 푸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의 기본원칙에 위배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맹비난하고, 전 세계에 우크라니아를 계속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바이든은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국가로서, 또 국민으로서 존재할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 살든 무엇을 믿든지 간에 이는 소름끼치는 일”이라며, “만일 국가들이 후과 없이 제국주의적 야망을 추구할 수 있다면, (유엔이라는)이 기구가 대변하는 모든 것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현지시간 수요일 말했다.
앞서 푸틴은 ‘부분동원령’을 발동해 30만명의 예비군을 소집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우리 영토와 국민을 지키겠다”며 핵위협을 재개했다. 현지시간 수요일 TV 연설에서 “이는 허풍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미국과 그 우방국들이 러시아를 파괴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바이든은 “바로 오늘 푸틴 대통령이 유럽에 대해 공개적인 핵위협을 가하고 핵확산금지조약의 책임을 무모하게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의 핵리스크가 높아졌다고 우려하면서, 핵전쟁은 이길수 있는 전쟁이 아니며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에너지 국유화
독일 정부가 자국내 최대 천연가스 수입업체인 유니퍼를 국유화하는 등 에너지 분야의 붕괴를 막기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행정부는 증자를 통해 80억 유로를 투입하고 핀란드의 포르튬이 보유한 지분 78%를 약 4억8000만 유로에 인수함으로써 유니퍼 지분 약 99%를 확보할 계획이다. 최종 패키지는 크레딧라인 등을 포함해 수백억 유로가 될 수 있으며, 올해 말까지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자국 천연가스 소비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해 온 독일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세계 제재에 천연가스 공급 차단으로 보복하면서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현지시간 수요일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어렵지만 “정부의 의지와 결단력은 우리가 이 시기를 잘 견딜 것이라는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유니퍼 주가는 한때 39% 폭락한 반면 포르튬은 20% 가까이 급등했다. 독일 정부는 또다른 가스공급업체인 VNG AG와 러시아 가즈프롬의 독일 자회사였던 Securing Energy for Europe GmbH을 상대로 국유화 협상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