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美 소비자심리
미국인들이 물가 상승과 그로 인한 주머니 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11월 초 소비자 심리가 붕괴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미시간대 소비자신뢰 지수는 10월 71.7에서 11월 66.8(잠정치)로 2011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설문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치를 모두 하회한 수치로, 시장 컨센서스는 72.5였다. 소비자들의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9%로 2008년래 최고치로 올라섰고, 5년-10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달과 같은 2.9%에 머물렀다. 해당 설문조사를 담당한 Richard Curtin는 4명 중 1명 꼴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활 수준 악화를 걱정했으며, 특히 저소득층과 노인층이 가장 큰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금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식료품과 에너지, 주거 등 각종 비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꺾이는 모습이다. 응답자 중 절반 정도가 내년 물가상승률 감안시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규자금 5500억 달러가 투입되는 인프라지출법안을 월요일 서명할 계획이라며, 제대로 시행된다면 인플레이션 진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채 시장 균열 조짐
뉴욕 연은이 현지시간 15일부터 시작되는 테이퍼링 일정을 공개한 가운데 22조 달러 규모의 미국채 시장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 급등에 놀란 트레이더들은 연준의 첫 금리인상 예상시기를 앞당겼고, 2년물 금리는 지난 수요일 거의 10bp 급등했다. 관련 규제 당국자들이 오는 수요일 연례 화상 회의를 열고 미국채 시장 전반의 기능과 회복력 개선을 위한 방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주 예정된 20년물 입찰에서도 지난주 30년물의 입찰 부진 결과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Academy Securities의 Peter Tchir는 현재의 시장 구조는 거래량이 평균 수준에 머물때 잘 작동되지만 대규모의 공격적인 움직임을 이끌고 또한 자산운용사들의 리스크 관리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핌코의 Jerome Schneider는 “현재 통화정책은 물론 재정정책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여러 면에서 과도기에 있다”며, 그동안 완화적 통화정책 덕분에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둔감할 수 있었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10년물 BEI 2.76%
향후 10년간 인플레이션 속도에 대한 채권 시장의 기대치 역시 고삐가 풀리는 모습이다.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 차이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 10년물은 현지시간 금요일 한때 5bp 넘게 올라 수년래 최고치인 2.76%까지 돌진했다. BMO Capital Markets의 Ben Jeffery는 “우리가 현재 목격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당초 예상했던 것만큼 일시적이지 않다는 확신”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BofA 설문조사 결과 절반 이상의 펀드매니저들이 내년 2분기면 연준의 테이퍼링이 종료되고 3분기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들은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 긴축을 내년 최대 시장 리스크로 지목했다. 또한 3분의 2 이상이 내년 하반기 전까지 공급망 차질 문제가 완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 금리인상 전망
모간스탠리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고먼은 지난달 현재 돈이 넘쳐난다며 연준이 내년 1분기에는 움직이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지시간 일요일 2023년 전까지 금리 인상은 어려워 보인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완만해지고 경제활동 참가율이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내세웠다.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4.6%를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달러가 계속해서 구조적 취약점에 노출되어 있지만 연준의 조기 긴축 가능성 덕분에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며 연준이 과잉 대응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옐런 재무장관은 이번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팬데믹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물가상승세를 진정시키려면 코로나19 바이러스 통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총재는 연준이사직 제안을 거절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COP26 타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마감을 하루 넘기면서까지 막판 타협에 성공해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의 세부이행규칙을 최종 타결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약 200개국의 대표들은 2주간에 걸친 격렬한 협상 끝에 석탄 사용을 줄이고 화석연류 보조금을 종료하고 각국의 기후 목표를 보다 앞당기기로 약속했다. 이번 ‘글래스고 기후합의’는 지구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범세계적인 기후행동 강화를 다짐했다. 관건은 중국과 미국, 인도 등 주요국이 탄소 배출 제로 약속을 확실히 이행할지에 달려 있다. 탄소 중립에 도달하려면 클린 에너지 분야에 수조 달러를 투자해야 하고 각종 오염 발생 산업과 경제활동을 규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개도국 재정 지원 역시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