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ECB 액션, 바이든 랠리

(블룸버그) — 유럽중앙은행(ECB)이 구두개입에 그치지 않고 다음 분기에 채권 매입 속도를 상당히 높이겠다며 실제 액션을 취하면서 채권 금리 상승으로 불안에 떨던 시장을 안심시켰다. 정책 결정 발표 직후 분트 10년물 금리는 5bp 넘게 하락했고 이탈리아 10년물은 11bp 가량 빠졌다. 미국채 10년물 금리 역시 30년물 입찰이 무난하게 끝나면서 재차 하락을 시도했다. 달러(BBDXY)는 0.5% 가량 밀리며 3거래일 연속 후퇴해 미국채 금리 상승이 부추겼던 최근 랠리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이제 시장은 다음주 FOMC의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1.9조 달러 부양책 법안에 현지시간 목요일 서명해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할 예정이라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이에 뉴욕증시는 S&P 500 지수가 신고가를 경신했고, 기술주 랠리 재개에 나스닥 100 지수는 한때 2.9% 급등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화웨이의 일부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수출 라이센스 조건을 강화해 반도체 등 5G 기기용 부품을 이번주부터 금지한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쿠팡은 우버 테크놀러지스 이래 미국내 최대 IPO에 성공해 공모가 주당 35달러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입성하며 첫 거래일 한때 69달러까지 치솟은 후 49.25달러에 마감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ECB 액션

ECB는 유로존 경제 회복을 위협하는 채권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다음 분기에 팬데믹 긴급 자산매입 프로그램(PEPP)을 1분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책위원회는 시장 상황에 따라 자금 조달 여건이 긴축되지 않도록 유연하게 자산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ECB는 성명서에서 밝혔다. ECB는 조기 집행을 약속하면서도 PEPP 규모는 기존 1.85조 유로로 유지했다. 대부분의 ECB 정책위원들은 PEPP 규모를 확대할 의도는 없다고 해당 사안에 정통한 관료들이 전했다. 적어도 내년 3월말까지 운영될 PEPP는 아직 1조 유로 가량 실탄이 남은 상태다. 단기수신금리는 -0.5%에, 주요 재융자 금리는 0%로 동결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시장 금리 상승을 그대로 놔둘 경우 경제내 모든 부문의 자금조달 여건이 너무 일찍 타이트해질 수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수정 경제전망은 지난 12월과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4%, 인플레이션은 1.5%로 제시했다. 단기를 넘어선 경제전망 리스크는 이전보다 균형적이라고 라가르드는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ECB가 채권 금리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며,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평가했다. JP모간은 ECB가 월간 채권 매입 물량을 600억 유로에서 800억 유로로 쉽게 늘릴 수 있다며, “그 정도면 이번 정책 결정이 신뢰할만한 개입 신호로 시장 금리에 유연한 캡을 씌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제 연준 차례

미국채 시장이 30년물 등 이번주 대규모 입찰을 비교적 잘 소화하면서 장기물 금리는 다소 올랐지만 단기물은 하락했다. 지난 2월 25일 7년물 입찰 결과에 실망하며 촉발된 무질서한 채권 매도세는 일단 진정된 분위기다. 현지시간 오는 화요일 240억 달러 규모의 20년물 리오프닝이 남아있다. 20년물은 7년물과 함께 공급 물량 증가에 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은 구간이다. 이제 무엇보다 시장의 관심은 3월 16일-17일로 예정된 FOMC로 쏠릴 전망이다. 연준은 현재의 기조가 여전히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ECB가 자산 매입 속도를 높이겠다고 결정해 금리 상승세를 제한하면서 연준 스탠스 역시 바뀔지 주목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연준이 장기적 시각으로 경제와 정책을 판단하며 성명서 역시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지만, 시장은 지난 10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3월 6일 마감 주에 71만2000명으로 4만2000명 줄어 예상치를 하회했다. 11월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경제활동 규제가 완화되면서 고용시장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미-중 신경전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중간 첫 고위급 회동이 다음주 열릴 예정인 가운데 양국은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현지시간 3월 18일-19일 알래스카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을 만난다. 블링컨은 트럼프 시절 중단됐던 양국간 정례 회동을 지칭하는 “전략적 대화(strategic dialogue)”는 아니라면서 “현 시점에서 일련의 추가적 만남을 가질 의도는 없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미 의회의원들에게 말했다. 이에 대해 Zhao Lijian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초청으로 열리는 “고위급 전략적 대화”라고 주장했다. Zhu Feng 난징대 교수는 양국이 더이상 상대편에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기술이나 무역, 대만 등 주요 관심사에 대해 대화 메커니즘을 다시 구축할 수 있다면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목요일 바이든 행정부와 “다양한 차원에서” 대화를 하고 싶다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한편 중국 전인대는 목요일 거의 만장일치로 홍콩의 선거제도 개편 승인을 강행해 이번 미-중 고위급 회담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유가 급등…OPEC 신중

국제유가(WTI)가 거의 일주일래 최대폭인 2.5% 급등해 배럴당 66달러선을 회복했다. 연료 소비가 회복 모멘텀을 얻고 있다는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내 고속도로 자동차 운행 거리는 지난주 10% 증가했고 영국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유가와 더불어 가솔린 정제 마진도 오르면서 올 여름 유가 랠리를 주도할 수도 있다고 RBC Capital Markets는 전망했다. 그러나 리스크는 아직 남아있다. OPEC는 다음 두 분기에 걸쳐 OPEC산 원유 수요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 2분기 수요 추정치는 하루 69만 배럴 가량 낮췄다.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발 봉쇄 조치와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경제활동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다는 판단이다. 상황은 올 하반기에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SLR 리스크

JP모간은 연준이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의 한시적 완화 조치를 종료할 경우 단기 자금조달 충격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으며 스트레스 발생시 시장 기능의 실패 위험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SLR 규제 완화는 미국채와 레포 등 시장 조성 관련 레버리지를 둘러싼 대차대조표의 긴장을 줄여줬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레버리지 익스포저 축소를 강요받는 상황이 오더라도 미국채를 바로 매도하지는 않겠지만, 결국 은행 수준의 SLR을 위한 지준 처리가 가장 중요한 제약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머니마켓의 경우 SLR 면제 종료로 은행들이 예금을 줄이면서 유동성이 직접 펀드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단기 상품에 대한 수요가 강해져 채권금리와 머니마켓 금리에 하방 압력을 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JP모간은 SLR이 적어도 지주회사 수준에서 지준과 미국채 모두 연장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TD증권 역시 은행 자본과 미국채 시장에 “심각한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